그럼에도 피우는 이유: 담배의 진짜 이야기
2편: 담배 종류와 브랜드, 그리고 취향의 지도
“담배가 다 비슷한 거 아니에요.”
비흡연자가 하는 말이다. 담배는 놀라울 만큼 세분화된 취향의 세계다.
그 차이는 단순히 니코틴 함량이나 연기의 세기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은 에쎄에서 향긋함을 찾고, 또 다른 이는 말보로에서 묵직한 만족감을 느낀다. 누군가는 전자담배로 깔끔함을 추구하고, 누군가는 여전히 연초 특유의 강렬함을 고수한다.
흡연은 기호의 세계이기도 하다. 그 세계의 선택은 시대와 연령, 성별, 사회적 정체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그 기호는 소비자만이 만드는 것이 아니다. 흡연자는 산업이 만들어낸 지도 위를 걷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연초담배, 여전히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담배
연초(궐련). 종이에 말아 불을 붙여 연기를 직접 들이마시는, 가장 오래되고 가장 대중적인 흡연 방식이다. 종류에 따라 타르와 니코틴 함량, 흡입감이 다르다.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연초 브랜드는 에쎄(Esse)다. 얇고 가벼우며, 타르와 니코틴 수치가 낮은 제품군이 많아 여성 흡연자 비율이 높다. 반면 말보로(Marlboro)는 두터운 필터와 묵직한 흡입감으로 남성 흡연자들이 선호한다. 던힐(Dunhill)은 부드러운 연소감과 고급스러운 브랜드 이미지로 직장인들에게 인기다.
최근에는 향이 첨가된 캡슐 담배도 인기를 끌고 있다. 필터를 누르면 민트, 블루베리, 자몽 등의 향이 터져 나오는 구조다. 달콤하고 상큼한 맛 때문에 청소년층의 입문담배로 논란이 많다.
전자담배, “더 깔끔하고, 덜 해롭다”는 인식
전자담배는 니코틴 용액을 증기로 만들어 흡입한다.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 액상형 전자담배: 대표 제품은 쥴(JUUL), 릴 베이퍼(lil vapor). 향이 다양하고, 흡입감이 연하고, 냄새가 적다. 하지만 니코틴 농도가 높고 흡수 속도가 빨라, 중독성이 강하다는 평가가 있다.
- 궐련형 전자담배(가열담배): 대표 제품은 아이코스(IQOS), 릴 하이브리드, 글로(glo). 실제 잎담배를 태우지 않고, 350도 안팎의 고온으로 가열해 연초와 비슷한 느낌을 제공한다. 냄새가 적고 연기량이 적은 것이 장점으로 작용한다.
- 일회용 전자담배: 한 번 사용하고 폐기하는 형태. 충전, 리필 없이 간편하게 사용 가능하며, 다양한 맛과 패키지로 10~20대에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특히 팟 교체형보다 진입 장벽이 낮고 향이 강해, 청소년 니코틴 중독 문제의 핵심 제품군으로 지목되고 있다. 대표 제품은 락텐(LOKTEN), 멜릭(MELIQ), 베이프포켓(VAPEPOCKET), 엘프바(ELFBAR) 등.
- 하이브리드형 전자담배: 궐련형과 액상형을 결합해, 흡입감과 깔끔함을 동시에 잡으려는 제품군이다. 대표 제품은 릴 하이브리드.
전자담배는 상대적으로 냄새와 불쾌감이 덜해 사회적 마찰이 적지만, 안전성이나 중독성 면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 한때 ‘금연 보조기구’로 소개되었던 전자담배는 이제 다양한 디자인과 향을 앞세운 새로운 중독 플랫폼이 되었고, 특히 일회용 전자담배는 입문 담배로서 가장 강력한 유인력을 가지게 되었다. 특히 액상형 전자담배는 미국에서 “팝콘 폐(popcorn lung)”로 불리는 폐질환 이슈가 터진 이후 많은 경고가 나오고 있다.
브랜드와 소비자의 취향 — 무엇이 누구를 끌어당기는가?
담배 브랜드는 단순한 니코틴의 포장지가 아니라, 자기 표현의 도구이자 선택적 정체성의 일부로 작동한다. 특정 브랜드를 고집하는 흡연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던힐은 좀 부드럽고, 말로는 확 들어와요.”
“에쎄는 담배 같지 않아서 좋아요.”
“아이코스는 냄새도 적고, 깔끔하죠.”
이런 차이는 단지 ‘맛’의 차이가 아니다. 흡입감, 무게감, 향, 연기량, 심지어 케이스 디자인까지 — 브랜드는 곧 흡연자의 취향, 정체성, 사회적 코드로 작용한다. 이는 단지 건강이나 기능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흡연자가 되고 싶은가에 대한 상징적 선택이기도 하다.
에쎄(Esse): 얇고 순한 맛, 향이 나는 캡슐형 라인업이 많아 여성 흡연자와 입문자층에게 인기.
말보로(Marlboro): 필터가 두껍고 흡입감이 묵직함. 남성 흡연자, 전통적인 ‘흡연 느낌’을 중시하는 층 선호.
던힐(Dunhill): 부드럽고 깔끔한 연소감, 브랜드 이미지가 고급스러워 직장인과 중장년층에서 꾸준한 수요.
쥴, 릴: 전자담배의 대표 주자. 향이 다양하고 냄새가 거의 없어 사회적 마찰을 피하려는 젊은층이 많이 선택.
아이코스, 글로: 궐련형 전자담배. 연초 느낌에 가깝지만 냄새는 적어 회사나 가정 등 제한적 공간에서의 사용에 적합.
선택은 기호지만, 그 기호는 조정된다
사람들은 술, 커피, 향수에서 각자 다른 취향을 가진다. 담배도 마찬가지다. 후각의 민감도, 첫 흡연의 기억, 흡연 목적(긴장 완화냐 각성이냐), 주변 환경 등 다양한 요소가 영향을 준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이 ‘기호’라는 것도 일종의 유도된 결과라는 점이다. 향을 입히고, 포장을 세련되게 만들고, 심지어 필터의 단단함까지 조절하는 마케팅 전략은 담배 산업이 만들어낸 기호의 지도다.
- 후각 민감도: 연기의 자극에 민감한 사람은 순한 담배를 선택한다.
- 첫 경험의 기억: 처음 피운 담배의 느낌이 기준이 되어, 이후에도 그 감각을 찾게 된다.
- 흡연 목적: 긴장 완화를 원하는 사람과 각성을 원하는 사람은 선호 담배가 다르다.
- 사회적 맥락: 누구와, 언제, 어떤 상황에서 피우는가에 따라 선택이 달라진다.
게다가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순한 담배가 더 많이 피우게 만든다”고 말한다. 타르와 니코틴이 적다는 이유로 안심하고, 더 깊게 들이마시거나 흡연량이 늘어나는 것이다.
순하다고 반드시 덜 위험한 건 아니다. 흡수량이 오히려 더 많아지는 역설적 현상 때문이다.
선택의 다양성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다양한 제품, 포장, 향료, 강도, 사이즈, 기술이 존재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더 많은 사람에게, 더 오래, 더 중독적으로 담배를 팔기 위해서다. 당신의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취향을 형성하고, 그 안에 머물게 하기 위한 구조에 다름 아니다.
- 색상: 흰색은 순함, 검정은 강렬함, 파랑은 중립성
- 필터 두께, 무게, 패키지 디자인: 손에 익도록 설계
- 향과 맛의 조합: 후각과 미각을 자극해 만족감 강화
- 광고 문구와 이미지: “당신은 이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라는 정체성 부여
더 부드럽게, 더 향기롭게, 더 예쁘게! 그렇게 당신의 첫 담배가 거부감 없이 입 안에 들어오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리고 일단 그 취향이 생기면, 사람은 그 담배를 다시 찾게 된다.
취향은 자유다. 그러나 담배에서 그 자유는 철저히 설계된 유혹의 손길 위에 놓여 있다. 나의 선택 같지만, 사실은 그들이 나를 선택했다고 하는 편이 옳을지 모른다. 취향을 존중받는 느낌에 이끌려, 우리는 어느새 니코틴의 구조 속으로 파묻힌다. 그리고 한 번 익숙해진 그 길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 다음편에서는 이 니코틴이 어떻게 우리 뇌를 지배하고, 중독을 만들어내는지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과학적으로 정교하게 작동하는지, "3편: 니코틴의 과학 — 중독과 의지 사이"에서 이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