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로 사는 법
술, 좋아하십니까?
한국 사회에서 음주는 오랜 사회적 관행으로 굳어진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술과 세월 앞에는 장사가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습관적 음주는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특히 폭음과 고위험 음주는 다양한 만성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한국 국민의 음주율과 최근 몇 년간 음주율의 변동 추이를 살펴보고, 특히 폭음과 습관적으로 음주를 즐기는 고위험 음주율을 성별과 연령별로 살펴보겠습니다.
질병관리청에서는 매년 국민의 건강수준과 식품 및 영양섭취 실태, 만성질환 위험요인을 파악하고, 보건정책 의 근거자료를 구축하기 위해, 19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국민건강영양조사를 실시합니다. 그중 최근 10여년간 술을 마시는 국민들의 음주율에 대해 조사한 결과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 조사에서는 술 마시는 사람들을 크게 다음의 4가지로 분류하였습니다.
연간 음주율 = 최근 1년 동안 1회 이상 음주한 사람의 비율
월간 음주율 = 최근 1년 동안 월 1회 이상 음주한 사람의 비율
월간 폭음율 = 최근 1년 동안 월 1회 이상 한 번의 술자리에서 남자의 경우 7잔(또는 맥주 5캔) 이상, 여자의 경우 5잔(또는 맥주 3캔) 이상 음주한 사람의 비율
고위험 음주율 = 최근 1년 동안 1회 평균 음주량이 한 번에 남자의 경우 7잔, 여자의 경우 5잔 이상이며, 주 2회 이상 음주한 사람의 비율
술 마시는 사람들, 얼마나 늘었을까요?
2012년부터 가장 최근 조사인 2022년까지 10년간의 음주율 증가 성적은 희망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고위험 음주군을 제외한 모든 그룹의 음주율 수치가 하락했습니다.
월간음주율은 56.6%에서 54%로, 월간폭음률은 36.8%에서 34.1% 소폭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장 위험한 그룹인 고위험군의 음주율만은 줄어들지 않고 13.4%를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전체적으로 술을 마시는 사람들은 줄어들고 있지만, 습관적으로 술을 마시는 사람들 대부분은 음주를 멈추지 않고 있음을 반영합니다.
※ 아시안플러시
한국 사람 중 선천적으로 알콜분해 능력이 약한 아시안플러시증후군의 비율은 약 30%에 달합니다. 10명 중 3명은 알콜분해 효소가 부족해서 한 잔만 마셔도 얼굴이 붉어지거나 심한 거부 반응을 일으킨다는 뜻입니다. 음주율이 더 이상 증가하지 않는 것은 좋은 현상이라 할 수 있으나, 여전히 월간음주율 54%, 폭음률 34.1%라는 수치는 한국인의 건강에 미치는 술의 영향이 치명적일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술로 사는 법 3 - 혹시 아시안 플러시세요?
남녀 음주율의 차이
위의 음주율 도표는 남녀를 구분하지 않은 평균 수치이며, 남녀를 구분해서 살펴본 결과는 아래와 같이 현저한 차이를 보입니다.
음주 습관은 남녀가 뚜렷한 차이를 보입니다.
2022년에, 성인 남성의 월간 음주율은 66.9%, 성인 여성은 41.2%로 훨씬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습니다. 월간 폭음율에서는 남성 47.4%, 여성 20.9%로 남녀간 격차는 2배 이상으로 벌어집니다. 또한 주 2회 이상, 한번의 술 자리에서 7잔 이상을 마시는 성인 남성의 고위험음주율은 21.1%, 5잔 이상을 마시는 여성은 5.8%로 남성이 여성보다 4배에 가까운 음주율을 나타냅니다. 남성들의 장기적인 건강 위험이 우려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여성 폭음의 증가
이렇게 남성들에게서 고위험 음주율이 높은 것은 매우 우려할 일이지만, 여성의 경우에도 수치가 낮다고 안심할 수 없습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최근 10년간 남녀의 평균적인 고위험 음주율은 제자리에 머물고 있지만, 여성의 고위험 음주율은 꾸준히 증가 추세에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20대 젊은 여성들 그룹에서 고위험군의 전 단계인 한번에 폭음을 하는 음주 비율이 10년전 35.9%에서 2022년에 44.5%로 눈에 띄게 증가했다는 사실이 이목을 끕니다.
여성 , 음주에 취약
여성은 남성보다 체수분이 적어 같은 양의 알코올을 섭취해도 혈중 알코올 농도가 더 높아집니다. 또한 여성의 간은 알코올 분해 효소가 남성보다 적어 알코올의 해독 속도가 느립니다. 이외에도 여성은 생리 주기, 임신, 폐경 등 여성 호르몬의 변화가 알코올 대사에 영향을 미쳐 알코올로 인한 폐해에 남성보다 더 취약합니다. 특히, 여성은 나이들수록 음주로 인해 유방암, 간 질환, 심혈관 질환 등의 위험이 더 높아집니다. 이러한 남녀의 생리적 차이를 고려한다면, 단순히 남녀의 음주 비율만으로 여성 음주의 증가를 가볍게 보아 넘길 수 없습니다.
연령에 따른 음주율의 차이
연령에 따른 음주율은 가장 문제가 심각한 고위험 음주율 그룹의 2022년 음주율을 중심으로 살펴보았습니다.
아래 도표를 보면, 고위험 음주율은 40~50대 중년층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중, 최근 10년간 가장 큰 변화를 보인 고위험 음주 그룹은 뜻밖에도 60대 연령층입니다. 2012년에 6.5%에서 2022년에 10.6%로 증가했는데, 이를 남녀로 나누어 보면, 60대 남성은 10년전 13.1%에서 2022년에 19.6%로 가장 가파르게 상승했습니다.
60대의 고뇌?
60대는 많은 남성들이 사회적으로 은퇴를 경험하는 시기입니다. 또한 자녀의 결혼 등으로 가족 구성원의 변화를 맞이하게 되면서 경제적, 심리적으로 위축되기 쉬운 연령대로서, 특히 최근 10년간 이들이 사회적으로 느끼는 불안의 강도가 더욱 심해졌음을 말해줍니다.
고위험음주율, 왜 위험한가?
1회 평균 음주량이 한 번에 남자의 경우 7잔, 여자의 경우 5잔 이상이며, 주 2회 이상 술을 마신 한국 국민의 고위험음주율은 최근 10년간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음주는 남녀에 따라, 그리고 연령에 따라 신체적, 사회적으로 심각성의 정도가 다르며, 성별과 연령별로 다양한 특성을 보입니다.
남녀 그룹별로 정리하면, 한국 남성의 고위험 음주율은 동양인의 아시안플러시 비율을 감안할 때 매우 위험한 수준입니다. 여성의 음주율은 남성에 비해 낮은 수준이지만, 20대의 젊은 여성들의 폭음 비율과 50대 여성의 고위험 음주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는 신체적으로 음주에 취약한 여성의 신체적 특징을 고려할 때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수치입니다.
연령별로는 사회적 활동이 활발한 젊은 층과 스트레스가 많은 중년층에서 높게 나타납니다. 또한 사회적으로 은퇴를 경험하는 60대 남성 그룹에서 최근 10년간 고위험 음주율이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습니다.
여러분은 어느 그룹에 속하시나요?
혹시 주변에 위험한 음주 습관을 가진 가족이 있나요?
사회적으로 스트레스를 비교적 심하게 받는 그룹에서 고위험 음주율이 높은 수치를 보이거나,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어떤 형태이든 스트레스를 술로 해결하려는 음주 습관은 장기적으로 자신의 건강은 물론, 가족과 주변 인간 관계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음주가 아닌 건강한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전환하려는 노력과, 고위험 음주군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대책이 어느 때보다 절실합니다.
본 포스트는 질병관리청의 '국민건강영양조사'의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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