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피우는 이유: 담배의 진짜 이야기
10편: 흡연과 폐 — 그 검은 흔적의 시작
엑스레이 속에 나타난 검은 그림자 하나!
그게 시작이었다.
숨쉬는 데 지장이 없었고, 기침도 그다지 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폐의 절반은 이미 회색빛으로 굳어 있었다.
흡연이 폐에 남기는 흔적은 소리 없이, 그러나 깊이 파고든다.
그 단순한 얼룩은 폐 기능 저하, 조직 손상, 세포의 돌연변이, 그리고 암의 전조다.

흡연과 폐암 “지독한 연결고리”
“어디선가 가래가 끓고 있는 것 같았다. 아침에 기침을 하면 꼭 무언가가 끈적하게 따라 올라왔다. 하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게 폐암의 시작일 줄은 몰랐다.”
1. 왜 폐인가? — 발암물질이 처음 만나는 장기
담배 연기는 일회 흡연 시 약 7,000가지 화학물질을 생성한다. 그 중 약 70가지가 발암성으로 분류되며, 이들은 들숨과 함께 가장 먼저 폐로 들어가고, 기관지 점막을 타고 내려가 폐의 정밀한 기도 구조(기관지, 세기관지, 폐포)에 끈적하게 들러붙는다. 폐는 단순한 공기 주머니가 아니라, 이러한 물질이 쌓이는 ‘독소 저장소’가 되어버린다.
호흡기계 의학에서 가장 자주 언급되는 질환은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이다. 염증성 반응으로 기관지 벽을 좁게 만들고, 폐포를 파괴해 가스 교환 능력을 떨어뜨리는 병이다.
가장 먼저 손상되는 것은 섬모세포다. 원래는 외부로부터 침한 이물질을 걸러내는 방어 시스템이지만, 흡연으로 인해 마비되고, 소실되며, 결국 이물질이 그대로 폐포까지 침투하는 경로를 열어준다. 이 중 벤젠, 포름알데히드, 니켈, 카드뮴, 비소 등은 세포 변이를 유도하거나 DNA 복제 오류를 유발한다.
2. 세포의 반란 — 흡연이 만드는 유전자 돌연변이
폐포 세포가 손상되면 원래는 아포토시스(세포 자살)가 유도되어야 한다. 하지만 지속적인 흡연은 이 메커니즘을 교란시켜, 돌연변이 세포가 살아남아 증식하게 만든다. 폐암의 대표적 유형인 편평상피세포암과 소세포암은 흡연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며, KRAS, EGFR, TP53 같은 유전자에 손상을 준다. 특히 이러한 유전자 손상은 비흡연자보다 흡연자에게서 최대 10배 높은 빈도로 관찰된다.
3. 폐암 — 가장 침묵하며 가장 치명적인
폐암은 국내 사망률 1위의 암이다. 전체 폐암 중 약 85~90%가 흡연과 직접 관련되어 있으며, 비흡연자에 비해 흡연자의 발병 위험이 평균 15~30배 더 높다. 흡연은 폐 기능을 매우 서서히 떨어뜨린다. 초기 증상이 거의 없다는 말이다. 단순 기침, 쉰 목소리, 가래에 피가 섞이는 증상이 수개월 이상 지속되어도 무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이 때쯤이면 이미 암세포가 기관지 바깥으로 확산된 진행성 단계일 가능성이 높다.
▶ 침묵의 암 - 조기 신호를 놓치지 마세요!
국내 통계에 따르면, 폐암 환자의 60% 이상이 3기 이후에 진단되며, 그 중 상당수는 이미 다른 장기로 전이된 상태이다. 조기 검진을 통해 1기 폐암을 발견한 경우 5년 생존율은 70% 이상이지만, 4기 진단 시에는 5% 미만으로 떨어진다.
▶ 담배 한 개비의 대가 — 수십 년 뒤의 청구서
하루 한 갑, 20년이면 14만 6천 개비. 그 사이 폐는 검게 그을리고, 섬유화와 만성 염증으로 이미 변형돼 버린다. 흡연자의 폐암 발생률은 비흡연자에 비해 약 15~30배다. 전자담배 역시 포름알데히드와 아세트알데히드 같은 소량의 발암물질에 반복적으로 노출되기 때문에 결코 안전하지 않다.
4. 금연하면 폐가 회복되지 않을까?
금연은 분명 폐 기능 저하를 늦추고 일부 회복을 유도한다. 하지만 이미 손상된 섬모세포와 폐포는 완전한 재생이 어렵다. 그림자처럼 남아 있는 조직 섬유화, 지속되는 점액 분비 과다, 기관지 벽의 두꺼워진 상태는 흡연의 흔적을 그대로 품고 있다. 금연 후 수년이 지나도 폐암 위험은 여전히 비흡연자보다 2~5배 높은 수준으로 유지된다. 흡연은 단지 기능적 손상이 아니라, 세포 단위의 유전적 돌연변이까지 유도하기 때문이다.
흡연은 단 한 모금으로도 폐 깊숙이 흔적을 남긴다. 숨을 쉴 수 있다는 것, 공기를 끝까지 들이마실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정교한 생리작용이었는지를 사람들은 잃고 나서야 깨닫는다.
☞ 다음 편에서는 연초담배에서 전자담배로의 변화, 그리고 그 이면의 트렌드와 시장의 흐름을 살펴보려고 한다. <11편, 흡연의 새 지도 — 전자담배는 어떻게 중심이 되어가는가>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