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편: 흡연과 체중 — 다이어트 도구인가, 착각인가

담배 피우면 식욕이 줄잖아! 흡연자 중에 뚱뚱한 사람 별로 없던데?

많은 사람들이 흡연을 ‘다이어트 수단’으로 인식한다.
심지어 “살이 찔까 봐” 금연하지 않는다는 흡연자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흡연은 정말 다이어트 도구가 될 수 있을까?
아니면 건강을 담보로 한 기만적인 착각일 뿐일까?

출처: a-s/unsplash

니코틴은 뇌의 시상하부에 위치한 식욕 조절 센터에 작용해 식욕을 억제한다.
구체적으로, POMC(Pro-opiomelanocortin) 뉴런의 활성을 증가시키고, 이는 렙틴(Leptin)과 유사한 포만 신호를 유도해 허기를 느끼지 않도록 신경계에 착각을 일으킨다. 또한 니코틴은 교감신경계를 활성화시켜 노르에피네프린과 도파민 분비를 증가시키는데, 이들 신경전달물질은 모두 식욕 억제 효과를 동반한다. 이로 인해 흡연 직후에는 공복감이 줄고, 음식에 대한 흥미가 낮아지게 된다.

하지만 이 효과는 신경학적 과흥분에 기반한 ‘가짜 포만감’이며, 실제 에너지 요구량이나 대사 상태와는 무관한 비정상적 조절이다. 따라서 니코틴이 유도하는 식욕 억제는 단기적이고 신경계 피로 보상 회로의 왜곡을 야기할 수 있다. 또한 중단 시 반동성 폭식이 나타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험 근거
2011년 Yale 의대 연구팀은 실험쥐에 니코틴을 주입했을 때, POMC 뉴런의 활동이 40% 이상 증가하고, 섭취 칼로리가 하루 평균 15% 감소했다고 보고했다.
(출처: Science, 2011)
사람 대상 연구
Stanford 대학의 2013년 실험에서는, 니코틴 패치 투여 시 피험자의 식사량이 평균 11% 감소, 식욕을 측정하는 설문 점수도 유의미하게 하락한 결과가 나타났다.

세계 여러 국가의 연구에서는 흡연자가 평균적으로 비흡연자보다 체중이 낮은 경향을 보인다고 보고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두 가지 반전이 있다.

첫째, 대사 건강은 더 나쁘다. 흡연자는 내장지방이 더 많고,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 마른 비만형 체형일 가능성이 크다. 겉보기엔 말라도, 심혈관 질환이나 당뇨 위험이 더 높은 대사 불균형 상태다.

둘째, 연령대가 올라갈수록 흡연자는 체중이 급격히 증가한다. 흡연은 젊을 때는 식욕 억제 효과가 뚜렷하지만, 40대 이후에는 대사 기능 저하와 함께 운동량 감소, 영양 불균형으로 인한 체중 증가가 더 빨라진다.

실제 통계 자료
미국 NHANES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흡연자 중 BMI가 정상이지만 허리둘레가 기준 이상인 경우가 비흡연자의 1.8배로 마른 비만의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금연을 하면 많은 사람이 체중이 증가한다. 대개 평균 3~5kg, 10kg 이상 찌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유는 명확하다.

니코틴에 의한 식욕 억제 효과가 사라지고, 감정 조절 루틴이 기존의 흡연에서 간식으로 바뀌게 되며, 후각과 미각이 회복되면서 식욕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대부분 3~6개월 이내 안정되는 생리적 반응이다. 대부분의 금연 성공자는 1년 내 체중 증가가 멈추거나 일부 감소하며, 신체 기능이 회복되면서 운동과 대사도 정상화된다.

실제 연구 결과
2012년 NEJM에 발표된 유럽 5개국 추적 연구에 따르면, 금연자의 평균 체중 증가는 4.7kg이며, 이 중 80%는 6개월 내에 증가가 멈췄다.

흡연을 통한 체중 감소는 평균 2~3kg에 그친다. 그리고 그 대가는 심혈관 질환, 폐질환, 당뇨병, 생식기능 저하, 피부 노화, 암 발병률 증가다. 체중 조절이라는 이름 아래 건강 전체를 담보로 잡히는 거래다.

여성의 경우, 흡연은 지방 분포를 남성형으로 바꾸고, 피부 탄력을 떨어뜨리며, 폐경을 앞당기고, 뼈 건강까지 악화시킨다. 슬림함이라는 외형적 목적조차 결국 스스로 무너뜨리는 구조다.

“살이 빠졌다고 생각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건 건강한 감량이 아니다.” 흡연은 체중을 조절하는 도구일 수가 없다. 신경계를 자극해 먹고 싶은 마음을 잠깐 눌러주는 것일 뿐이다.

☞ 다음 편에서는 흡연이 만든 진짜 흔적, 폐에서 시작되는 암의 구조적 전환을 다룬다.〈10편: 흡연과 폐 — 그 검은 흔적의 시작〉에서 이어진다.


이어서 보기<< 8편: 흡연의 해부 — 뇌, 심장, 혈관이 먼저 망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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