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흡연, 어떻게 시작되는가? — 니즈와 취향의 탄생
한 번쯤은 다들 이렇게 말한다.
“처음엔 그냥, 호기심이었어요.”
처음 담배를 시작한 이유는 단순하다.
친구들이 피우니까, 멋있어 보여서, 궁금해서.
하지만 그 ‘단순함’ 속에는, 복잡한 인간의 심리와 사회적 맥락이 숨어 있다.

흡연의 출발점은 감정이다
담배는 단순한 연기가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자기 표현이며, 누군가에게는 외로움을 달래주는 친구, 또 누군가에게는 스트레스로부터의 유일한 탈출구이다. 따라서 “왜 시작했는가?”는 “왜 여전히 피우는가?”라는 궁극의 질문과 닿아 있다.
특히 청소년과 젊은 성인에게 흡연은 ‘기호’ 이전에 소속감과 자기정체성의 표현으로 작용한다. 연구에 따르면 청소년의 첫 흡연 시도는 주로 소속감 결핍, 불안 해소, 또는 모방 심리와 연관된다. 한 무리 속에서 처음 권유받은 담배 한 모금은, 단순한 니코틴의 시작이 아니라 “나도 어른이다” 혹은 “나도 이 그룹의 일부다”라는 신호이기도 하다. 특히 또래의 권유는 “거절하지 못함”이 아니라 “소외되고 싶지 않음”이라는 불안과 맞닿아 있다. 고등학생 A군의 사례를 보자.
“처음 친구가 권했을 땐 망설였어요. 그런데 그냥 다 같이 피는 분위기인데 나만 빠지면, 좀... 애매하더라고요. 그래서 한 모금 했죠.”
이 순간 흡연은 단순한 물리적 행위가 아닌 사회적 의식(ritual)이다. 그 한 모금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무리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짓이었던 것이다.
흡연은 기호이자 의식(ritual)이다
담배 회사는 이를 잘 알고 있다. 담배 광고는 자유, 독립, 개성, 모험심을 마케팅 키워드로 삼는다. 광고 속 흡연자는 언제나 자유롭고, 자신감 있으며, 자기 세계가 뚜렷한 사람으로 묘사된다. 실제로 1980년대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말보로의 카피는,
“Come to where the flavor is. Come to Marlboro Country.”
"진정한 맛의 세계, 말보로의 세계로 오세요."
이것은 맛이 아니라 세계관을 파는 광고다. 담배를 피우는 순간, '그 사람이 된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다.
담배는 ‘중독’ 이전에 정체성의 구성 요소가 된다
많은 흡연자는 자신이 흡연자라는 정체성을 쉽게 버리지 못한다. 단지 니코틴 때문이 아니다.
“나는 쉬는 시간에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다.”
“생각할 때, 담배 한 개비는 꼭 필요하다.”
이처럼 담배는 점차 일상의 리듬과 정체성 안으로 파고 들어온다.
통계는 말한다 "시작은 쉬웠고, 끊기는 어렵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흡연자의 67%는 첫 흡연을 후회하지만, 금연에서 3번 이상 실패한 경험이 있다.
그 이유는? 흡연은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감정, 관계, 환경, 취향이 얽힌 복합체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 시리즈에서 묻고자 하는 것은 단 하나다. "왜?"
왜 사람들은 지금도 담배를 피우는가.
왜 중독은 끊기 힘든가.
왜 일부는 쉽게 끊고, 일부는 되돌아가는가.
그리고 무엇보다, 왜 이 모든 것을 알면서도 다시 손을 뻗는가.
☞ 다음편에서는 흡연의 세계가 어떻게 세분화되고 기호화되었는지, 그리고 사람마다 왜 선호하는 담배가 다른지, "2편: 담배의 세계 — 종류와 브랜드, 그리고 취향의 지도"에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