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피우는 이유: 담배의 진짜 이야기
8편: 흡연의 해부 — 뇌, 심장, 혈관이 먼저 망가진다
폐만 조심하면 괜찮지 않을까…!
사람들은 종종 폐를 걱정하며 담배를 피운다.
하지만 정작 가장 먼저 손상되는 장기는 폐가 아니라 뇌, 심장, 그리고 혈관이다.
흡연이 ‘기분을 좋게 해준다’고 느껴지는 순간, 사실 몸속에서는 이미 혈관이 수축되고, 심장이 과도하게 뛰며, 뇌의 중독 회로가 다시 배선되고 있다.
흡연은 전신의 문제다. 그리고 그 피해는 가장 핵심 장기부터 시작된다.

1. 뇌 — 니코틴은 뇌를 ‘기억’이 아닌 ‘의존’으로 재구성한다
흡연과 동시에 니코틴은 폐를 통해 혈류로 들어가 불과 7초 만에 뇌에 도달한다. 그 짧은 순간 안에 도파민 시스템은 과도한 쾌감 반응을 학습한다.
문제는 이 반복이 뇌의 구조 자체를 바꾼다는 점이다. 반복될수록 뇌는 외부 자극에만 반응하는 구조로 변해가고, 스스로 기쁨을 느끼거나 안정을 되찾는 능력을 점점 잃게 된다. 결국 니코틴 없이는 일상조차 버거워지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식이 아니라 스트레스 자체를 피하기 위한 흡연으로 바뀌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의존성과 우울, 불안, 인지 저하까지 포함하는 중독 회로의 신경학적 재배선 현상이다. MRI 연구에 따르면, 만성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전두엽 회백질의 두께가 유의하게 감소하고, 특히 감정 조절, 판단력, 자기통제와 관련된 뇌 부위의 기능이 저하되는 경향을 보인다.(출처: University of Edinburgh, 2017; NeuroImage 저널)
흡연과 인지기능 저하 관련 통계 및 연구
실제로 2012년에, King's College London에서 8,800명을 대상으로 8년간 추적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흡연자가 비흡연자보다 판단력과 추론 능력에서 최대 38% 더 빠르게 저하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기억력, 언어 처리, 집중력 등 인지기능 전반에서 뚜렷한 저하 경향을 보였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흡연자의 최근 기억력 정확도가 비흡연자의 7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고, 단기 기억(working memory)과 공간기억(spatial memory)에 더 큰 차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Harvard School of Public Health의 2010년 연구에서도, 10대 시절부터 흡연을 시작한 이들은 40대 중반부터 평균보다 5~7년 빠른 인지 저하를 겪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20년 이상 장기 흡연자의 경우, 경도인지장애(MCI) 또는 알츠하이머 위험이 2배 이상인 것으로 나타난 것은 마우 충격적이다.
2. 심장 — 한 모금으로 심장이 ‘과로’ 상태가 된다
담배 한 개비는 심장 박동수를 평균 10~25회 증가시키고, 수축기 혈압을 10~15mmHg까지 상승시킨다. 이는 운동이나 스트레스가 아닌, 약물적 자극에 의한 반응이다. 니코틴이 부교감신경을 억제하고, 교감신경을 항진시키기 때문이다. 즉, 담배 한 모금이 심장을 ‘긴급 상황’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2004년 미국 심장학회(AHA)는 “흡연은 단 1개비만으로도 심근허혈(심장에 공급되는 산소 부족)을 유발할 수 있으며, 이는 무증상 상태에서 진행되다 급성 심근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일본의 10년 추적 연구(JACC Study, 2013)에 따르면, 하루 한 갑 이상 흡연한 사람은 비흡연자에 비해 심근경색 위험이 3.1배, 심장돌연사 위험이 2.7배 더 높았다.
심장 관련 통계 및 연구
미국 Framingham 연구에 따르면,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심근경색 위험이 남성은 2배, 여성은 4배 이상 높았고, 심장돌연사의 가능성은 2.5배 이상 높았다.
또한, 2015년 British Heart Foundation 연구 결과, 장기 흡연자는 MRI 검사에서 좌심실 벽 두께가 증가하고 수축력이 저하된 모습을 보였으며, 이는 곧 심장의 구조적 피로와 기능 저하로 이어져, "흡연이 실제로 심장의 구조적 노화를 앞당긴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3. 혈관 — ‘좁아지다 터지는’ 침묵의 붕괴
니코틴은 혈관 벽을 구성하는 평활근을 수축시켜 혈관을 좁게 만든다. 이로 인해 말초혈관에서부터 시작되는 혈류 감소는 손발이 차가워지고, 시야가 흐릿해지고, 이명이 나타나는 등의 증상으로 시작된다.
동시에 흡연은 혈관 내피세포를 손상시켜 동맥 내벽의 염증 반응을 촉진하고, 그 결과로 LDL 콜레스테롤이 혈관벽에 침착되는 속도를 빠르게 만든다. 이 과정이 누적되면 죽상경화증, 즉 혈관 내부에 기름때가 쌓여 좁아지는 현상이 가속화된다. 특히 이러한 변화는 증상이 거의 없어 매우 위험하다. 침묵 속에서 진행되다가 어느 날 갑자기 뇌졸중, 심근경색, 말초혈관 폐쇄, 대동맥 박리 같은 치명적 사건으로 폭발한다.
또한 흡연은 혈소판 응집을 증가시켜 혈전(피떡) 생성 가능성도 높인다. 특히 피임약을 복용 중인 여성이나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에게는 뇌혈관 손상과 사망 위험을 수십 배 이상 높이는 요인이 된다.
혈관 질환 통계 및 연구
2018년 세계보건기구(WHO)의 세계 심혈관 리스크 보고서에 따르면,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말초혈관 폐쇄성 질환의 위험이 약 4배, 뇌졸중의 경우, 허혈성과 출혈성 모두에서 약 2배 위험 증가를 보였다.
유럽심장학회에 따르면,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죽상경화성 병변 발생률이 2.8배 높고, 특히 경동맥 두께(IMT) 증가율이 비흡연자 대비 유의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년 이상 흡연자의 경우 말초동맥질환 발생 확률이 5배 이상이며, 이 중 30% 이상이 증상이 없거나 미미한 상태에서 병이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위험하다.
흡연은 ‘기분이 풀리는 일’이 아니다. 흡연은 말없이 시작해, 가장 중요한 장기를 조용히 파괴한다.
뇌가 중독되고, 심장이 과로에 시달리며, 혈관이 조용히 막히는 일이다. 가장 먼저, 그리고 돌이킬 수 없는 방식으로.
☞ 다음 편은 조금 다른 각도에서 흡연을 살펴본다. 많은 사람들이 담배를 피우며 “살이 덜 찌니까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과연 흡연은 진짜 체중을 줄이는 도구일까? 혹은 건강을 담보로 한 착각에 불과한 것일까?〈9편: 흡연과 체중 — 다이어트 도구인가, 착각인가〉에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