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피우는 이유: 담배의 진짜 이야기
6편: 흡연의 진화 — 전자담배의 명암
"덜 해로운 담배"인줄 알았는데...!
불을 붙이지 않고 연기도 나지 않으니 더 안전한 선택처럼 보였다.
그러나 전자담배의 ‘안전성’은 시간이 지나며 점점 의문부호를 달게 되었다. 이제 ‘더 안전하다’는 믿음은 근거 없는 낙관이 되었다.

금연 보조기구인가, 중독 재설계 장치인가?
전자담배는 처음에 ‘금연을 돕는다’는 메시지로 홍보되었다. 일부 사용자에게는 실제로 니코틴 대체 요법의 일환처럼 사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전자담배 사용자 중 상당수는 기존 흡연자이면서도 연초 + 전자담배를 병행하는 ‘이중 사용자(dual user)’가 되었고, 금연이 아니라 사용 빈도와 노출량을 오히려 늘리는 결과로 이어진 경우가 많았다.
더구나 니코틴 농도가 높은 니코틴 염(salt nicotine)을 사용하는 제품은 흡수 속도가 빠르고 자극은 적어 강력한 중독성과 의존을 유발한다. 즉, 전자담배는 금연을 위한 수단이라기보다는, 중독 설계가 재조정된 새로운 흡입 장치에 가깝다.
팝콘 폐 — 영구적인 폐 질환
전자담배의 원리는 단순하다. 니코틴이 함유된 액상을 고열로 기화시켜 흡입하는 방식이다. 연초담배의 타르나 일산화탄소와 같은 주요 발암물질은 줄었지만, 그 대신 글리세린, 프로필렌글리콜, 향료, 중금속 등 다른 물질들이 폐 속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전자담배의 작동 방식과 유해성의 구조
전자담배는 니코틴이 포함된 액상(리퀴드)을 프로필렌글리콜(PG)이나 식물성 글리세린(VG)에 녹여, 이를 고온으로 가열한 후 생성된 에어로졸(기화 입자)을 흡입하는 방식이다.
겉보기에는 연기보다 덜 자극적이고 냄새도 거의 없지만, 문제는 이 기화 과정에서 포름알데히드, 아세트알데히드, 벤젠, 중금속(납, 니켈, 크롬) 등의 발암 가능성 물질이 함께 생성된다는 점이다. 특히 고온에서 가열된 글리세린과 향료가 ‘열분해(thermal decomposition)’ 반응을 일으킬 경우, 화학적으로 더욱 독성이 강한 부산물이 생성될 수 있다.
전자담배는 덜 해롭다기보다는, 전통 담배와는 다른 방식으로 위험을 구성한다.
특히 2019년 미국에서 보고된 전자담배 관련 폐 손상(EVALI) 사례는 충격적이었다. 비타민 E 아세테이트, THC(대마 성분), 향료 화합물이 폐포를 막아 조직 손상과 호흡 곤란을 유발한 것이다. 그 결과 일부 환자들은 ‘팝콘 폐’라 불리는 영구적인 폐 질환을 앓게 되었다.
수천 명의 환자와 수십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조사 결과, 비타민 E 아세테이트가 주된 원인 물질로 지목되었다. 이는 THC(대마 추출 성분)를 포함한 전자담배 용액에 점도를 높이기 위해 첨가된 지질류 화합물이다. 흡입 시 폐포 표면에 기름막을 형성하여, 산소 교환을 방해하고 심각한 염증 반응을 유발하는 물질이다. 그 결과로 나타난 팝콘 폐(Bronchiolitis Obliterans)는 작은 기도(세기관지)가 염증과 섬유화로 폐쇄되면서, 회복이 불가능한 폐 기능 저하를 일으키는 병이다. 전자담배는 연초에 비해 흡입 시 자각 증상이 적기 때문에, 이러한 손상이 심화될 때까지 사용자가 이를 감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자담배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확산되었다. 한국 질병관리청 조사에 따르면, 고등학생의 전자담배 사용률은 일반 담배보다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으며, “처음 피운 담배가 전자담배”라는 응답 비율도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그 배경에는 몇 가지 사회적 요인과 구조적 허점이 자리잡고 있다.
- 무엇보다 전자담배는 흡연의 외형을 바꾸었다. 담배 냄새가 거의 없고, 연기도 덜하며, ‘건강한’ 이미지까지 덧씌워져 있다. 흡연에 대한 부정적 시선을 피해갈 수 있는 장치로 기능한 것이다.
- 여기에 다채로운 향료와 상품 구성이 청소년의 접근성을 높였다. 망고, 민트, 솜사탕 등 흡입 행위를 ‘달콤한 경험’으로 바꾸었고, USB처럼 생긴 세련된 외형은 단순한 흡연을 넘어서 문화적 소비로까지 이어졌다.
- 또한, 전자담배는 한동안 법적 규제의 틈새에 존재했다. 한동안 담배로 분류되지 않아 광고, 유통, 구매 연령 규제에서 벗어나 있었다. 학교나 가정 내에서조차 전자담배는 ‘담배로 인식되지 않는’ 혼란이 존재했다. 현재는 어느 정도 규제가 뒤따랐지만, 이미 퍼진 인식과 구매 루트는 청소년 흡연을 일상적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이렇듯 전자담배는 흡연에 대한 심리적·사회적 진입장벽을 낮추는 도구로 작동하고 있다. 전자담배는 단순한 대체제가 아니라 ‘기술로 진화’한, 더 똑똑하고, 더 은밀하고, 더 대중적인 담배로, 흡연의 새로운 국면을 열었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그 안전성은 아직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고, 무엇보다 청소년 건강을 위협하는 또 다른 출발점이 되었다는 점에서, 결코 가벼이 다룰 수 없는 주제다.
"덜 해로운 담배"인줄 알았는데...!
전자담배는 분명 연초와 다르게 작동한다. 하지만 그 다름이 곧 ‘안전함’을 뜻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더 조용하고, 더 쉽게, 더 일찍 중독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다음 편에서는, 전자담배를 더 깊이 파헤친다. JUUL, 릴, 아이코스, 일회용 전자담배… 겉보기엔 비슷해 보이지만, 그 기기별 구조와 흡입 방식에 따라 건강에 미치는 위험은 전혀 다르다.
☞〈7편: 전자담배의 해부 — 기기별 유해성과 위험도〉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