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편: 전자담배는 모두 같지 않다 — 유형과 브랜드 고찰

2003년, 중국의 약사 ‘한리(Hon Lik)’는 아버지가 폐암으로 사망하자 니코틴 흡입의 새로운 방법을 고안했다. 바로 세계 최초의 전자담배 ‘루얀(Ruyan)’의 탄생이다. ‘증기(Vapor)’로 니코틴을 전달하는 이 방식은 생소하고 실험적이었다. 곧 세계로 퍼져나갔고, ‘흡연의 대체제’로 주목받았다.

그리고 약 10년 뒤, 전자담배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국내 전자담배 시장 역시 빠르게 다변화된다. 전자담배는 단일 제품이 아닌, 복잡한 분화의 생태계로 확장되었다. 하지만 이 진화는 단지 ‘기기 방식’의 차이에 그치지 않는다. 그 이면엔 유해성의 결이 완전히 다른 독성 프로파일이 자리하고 있다. 같은 전자담배라도, 어떤 전자담배를, 어떤 방식으로, 어떤 브랜드로 피우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흡연 패턴과 폐 손상의 위험, 중독성, 청소년 노출 정도까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전자담배는 냄새가 덜 나고 디자인이 예쁘다!?”

전자담배를 프리필 액상형, 리필형, 일회용형, 궐련형으로 나누어 살펴볼 것이다. 각 유형은 구조와 사용 방식만이 아니라, 흡입되는 성분의 조성과 독성 물질 발생 양상에서도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전자담배의 유해성은 단순히 ‘기기 종류’만이 아니라, 브랜드별 설계와 액상 조성의 차이에서도 발생한다.

제조사의 액상이 충전된 팟을 교체하며 사용하는 방식이다. 2003년 중국의 약사 한리(Hon Lik)가 처음 전자담배를 개발한 이후, 2010년대 초반부터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프리필형 제품이 등장했다. 특히 2015년 출시된 미국의 JUUL은 USB 모양의 간편한 디자인과 강력한 니코틴 전달 방식으로 시장을 뒤흔들었다.

JUUL을 시작으로 RELX, Logic, blu 등 다양한 브랜드가 등장하며 간편함냄새 없음, 사회적 금기 탈피를 내세워 젊은 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었다. 맛이 첨가된 액상과 강한 타격감도 주요 인기 요인이다.

주요 사용자층
10~20대 청소년과 젊은 성인이 핵심 사용자층이다. “패션 아이템”처럼 여겨져 처음 담배를 시작하는 수단으로도 사용된다. 미국 청소년 전자담배 사용자의 60% 이상이 JUUL을 사용한 적이 있을 정도로 강력한 지배력을 갖췄으며, 2018~2019년에는 전체 전자담배 시장의 70% 이상을 프리필형이 차지했다. 이후 규제 강화와 함께 다소 주춤했지만 여전히 상징적 제품으로 남아 있다.

유해성 및 사회적 이슈
강력한 니코틴염(nicotine salt)으로 인해 뇌에 빠르게 흡수되며 의존성이 매우 높다. 농도 조절이 가능한 반면, 멘톨향, 사탕향 등 향료 첨가물이 많아 폐 흡착력이 증가하는데, 2019년 미국에서는 비타민 E 아세테이트 혼합 불법 액상으로 인한 급성 폐질환(EVALI) 사태가 발생하며 큰 사회적 충격을 주었다.

액상 니코틴을 사용자가 직접 주입하는 방식이다. 2000년대 중반부터, 취미 또는 DIY 성격의 흡연 기기로 사용되며, 개인의 취향에 맞게 니코틴 농도와 향을 조절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마니아층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고출력 기기와 다양한 기기 커스터마이징도 매력 포인트로 꼽힌다. 비교적 큰 시장은 아니었지만 꾸준한 수요가 있었으며, 2020년 이후 국내에서는 일부 유튜버와 SNS 커뮤니티를 통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주요 사용자층
기기 조작에 익숙한 20~40대 남성이 주로 사용하며, “담배보다는 덜 해롭다”는 인식 하에 금연보조 수단으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유해성 및 사회적 이슈
액상 원료와 니코틴 농도를 사용자가 직접 조절하는 구조라 오히려 과다노출 위험이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불법 니코틴 고농축 액상과 마약 성분 혼입 위험이 있는 데다, 위생 관리가 어렵고, 액상 성분이 사용자마다 달라 유해성 예측이 어렵다. 또한 가열 온도나 기기 세팅에 따라 포름알데히드 등 발암물질 생성 가능성도 있어 안전성을 보장하기 어렵다. 일부 DIY 사용자들이 THC 또는 오일 기반 첨가물을 주입한 데 따른 ‘EVALI’(전자담배 유래 폐 손상) 유발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국내에서 최근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전자담배 유형이다. 프리필형이 규제를 받기 시작한 2019년 이후, 퍼프바(Puff Bar)와 같은 일회용 전자담배가 등장했다. 규제 회피와 간편성의 극대화를 노린 변종이라 할 수 있겠다. USB 충전 없이 바로 사용하는 편의성, 저렴한 가격, 그리고 다양하고 강한 향료는 특히 청소년에게 큰 매력으로 작용했다. “쓰고 버린다”는 낮은 심리적 부담감도 사용률을 높였다.

주요 사용자층
10~20대 여성 사용자 비율이 높으며, 비흡연자에서 첫 입문용으로 선택되는 비율이 높다. 2020년 이후 급격히 점유율이 상승했으며, 2022년 기준으로 국내 액상형 전자담배 중 일회용 제품이 50%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가 어렵고 유통 경로가 다양해 여전히 높은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다.
* 2022 청소년 건강행태조사 기준에 따르면, 국내 10대 사용자의 다수(71.3%)는 일회용 기기를 통해 전자담배에 입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해성 및 사회적 이슈
사용자가 끝까지 흡입하기 때문에 고온 노출 빈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제품 내부 성분 또한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아, 소비자는 실제 흡입 성분을 알지 못한 채 사용하는 셈이다. 디자인은 귀엽고 향은 달콤하지만, 유해성 정보가 거의 공개되지 않으며, 일부는 표기된 니코틴 농도보다 훨씬 높은 수치를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플라스틱 가열에 의한 추가 유해물질 가능성도 있으며, 불법 수입 제품도 많아 안전성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된다. 일회용 특성상 배터리와 액상이 함께 버려지기 때문에 환경오염 문제도 심각하다.

실제 잎담배(궐련)를 연소하지 않고, 250~350℃ 정도의 고열로 가열하여 니코틴을 증기로 추출하는 방식이다. 2014년 일본에서 필립모리스가 ‘아이코스(IQOS)’를 선보인 이후, BAT의 ‘글로(Glo)’, KT&G의 ‘릴(lil)’ 등이 연이어 출시됐다. 연소가 아닌 가열을 통한 흡연으로 연기와 냄새를 줄인 것이 특징이다. “연기 없는 흡연”, “냄새 적은 담배”라는 슬로건으로, 직장인과 가족이 있는 흡연자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일본, 한국, 이탈리아 등 규제가 비교적 완화된 국가에서 빠르게 보급됐다.

주요 사용자층
기존 연초담배에서 갈아타는 비율이 높고, 금연을 시도하다 정착하는 확률이 높다. 따라서 주 사용자 층도 직장인 남성과 기존 흡연자들이다. 2021년 기준 한국 내 전체 담배 시장에서 가열형이 약 15~20% 점유율을 기록하며, 일반 연초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장했다.

유해성 및 사회적 이슈
타르와 유해물질이 연초보다 적다고 광고하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니코틴과 발암물질이 여전히 상당량 포함되어 있어 “덜 해로운 담배”라는 이미지는 과장일 수 있다. 또한 흡입 방식이 편리해 흡연 빈도를 오히려 높이는 역작용도 있다. 연소가 없다 해도, 고온 가열을 통해 니코틴과 타르 일부가 방출되며, 유해성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연기 대신 에어로졸 형태로 니코틴, 타르, 벤젠 등 배출하는 것에 대해 WHO는 “결코 무해하지 않음”으로 평가한 바 있다. 대한폐암학회는 “가열형 담배의 호흡기 질환 유발 가능성은 연초와 동일한 수준”으로 경고하고 있다.

유형대표 브랜드출시 시기인기 사용자층인기 요인주요 문제점
프리필 액상형줄(JUUL), 로직(Logic), 릴렉스(RELX), 뷰즈(Vuse),..~2007년 (세계)
~2018년 (국내)
10~20대 청년
초보 사용자
사용 편리
세련된 디자인
일정한 니코틴 제공
니코틴 중독 위험
향료로 청소년 유입 가속
리필형 (오픈 시스템)베이포레소(Vaporesso), 부푸(Voopoo), 이리프(Eleaf), 스모크(SMOK), 유웰 칼리번(Uwell Caliburn),..~2010년 (세계)
~2015년 (국내)
20~40대 숙련 사용자
취미형 유저
맛·니코틴 농도 커스터마이징 가능
친환경 옵션
비위생 액상 위험
초보자 사용 난이도
일회용형 (팟형 포함)퍼프바(Puff Bar), 엘프바(ELFBAR/EB Create), 긱바(Geek Bar), 스모크 노보바(Novo Bar), 글라미(Glamee), 빌리아 디스포(Vilia Dispo), 버블몬(Bubblmon), 락텐, 멜릭(Melic), 엑스퍼(Xper), 마스킹(Maskking)…~2018년 (세계)
~2020년 (국내)
10대 청소년
가벼운 사용자
유지보수 無·간편
다양한 맛
저렴한 가격 (기기 가격은 싸지만 총비용은 오픈형보다 비싼 경우가 많음)
규제 어려움
고농도 니코틴
은밀한 사용 용이
궐련형 (가열형)아이코스(IQOS), 글로(Glo), 릴(Lil),…~2014년 (세계)
~2017년 (국내)
중장년층
기존 연초 흡연자
연초와 유사
냄새 감소
흡연 구역 이용 가능
여전히 타르/니코틴 함유
건강 영향 불명확

쥴 JUUL: 2015년, 미국에서 등장한 ‘JUUL’은 디자인, 사용 편의성, 니코틴 전달 방식에서 전자담배의 패러다임을 바꿔놓는다. JUUL은 작은 USB 형태의 날렵한 디자인에 ‘니코틴염(nicotine salt)’이라는 새로운 제형을 도입, 부드러운 흡입감과 강한 중독성을 동시에 잡았다. 고농도 니코틴염 1회 사용만으로 일반 담배 한 갑 분량의 니코틴 흡입이 가능하다. 이후 RELX, Myle, Logic 등 다양한 브랜드가 뒤를 이으며, 전자담배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엘프바 ELFBAR: 2018년 중국에서 등장한 ‘ELFBAR’는 일회용 전자담배(디스포저블) 시장을 폭발적으로 성장시킨 브랜드다. 충전·리필이 필요 없는 간편한 구조와 수십 종에 달하는 다양한 맛을 앞세워 전 세계 젊은 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특히 고농도 니코틴과 달콤한 향을 결합해 강한 의존성과 높은 접근성을 동시에 확보했으며, 이후 Geek Bar, Puff Bar, Glamee 등 수많은 일회용 전담 브랜드의 등장을 이끄는 촉매제가 되었다.

아이코스 IQOS: 2014년 필립모리스가 선보인 ‘IQOS’는 궐련형 전자담배(HNB, Heat-Not-Burn)의 대표주자로, 담배 잎을 태우지 않고 가열해 연기가 아닌 에어로졸을 발생시키는 방식을 도입했다. 이로써 기존 담배 대비 일산화탄소 배출을 크게 줄였다는 점을 내세워 전 세계 시장을 빠르게 장악했다. 일본, 한국에서 특히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며 궐련형 전담 시장을 주도하며, 일본에서는 전체 담배 시장의 30% 이상 차지할 정도이다.

전자담배의 유해성은 ‘냄새가 안 난다’, ‘직접 태우지 않는다’는 단순 명제로만 판단할 수는 없다. 이미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많은 브랜드와 제품들이 시중에 나와 있지만, 저마다 제각각인 니코틴 농도, 액상 조성, 배터리 발열, 입자 크기 등은 모두 사용자의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전자담배는 “같은 방식의 기기”일지언정, “같은 독성”을 가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소비자는 “덜 해로운 선택”을 하기 위해, 기기와 브랜드의 정보를 보다 정확히 알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어서 보기<< 11편: 흡연의 새 지도 — 전자담배는 어떻게 중심이 되어가는가

댓글을 남겨주세요!

이 글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의견을 남겨주시면 소중하게 읽어보겠습니다!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