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요가
'몸'으로 하는 모든 일에 서툰 남편에게 일어난 일
마을에서 요가 봉사를 다시 시작하게 된 날, 남편은 요가 음향 설치를 도와주러 따라왔다가 엉겁결에 주저앉아 팔자에 없던 요가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렇게 한번만 더, 한달만 더,... 하며 남편을 잡아끈 것이 어느덧 6개월. 그래봐야 매일도 아니고 일주일에 단 두 번, 한 시간이 채 안되는 요가 시간을, 남편은 고통스런 표정으로 시계만 바라보며 견뎌내고 있었다.
두릅&봄나물축제
수년 전부터 마을의 연례 행사인 두릅&봄나물축제 실무를 총괄하던 남편은 올해도 어김없이 축제 진행에 온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축제 당일, 남편은 동영상 촬영을 하며, 수순에 따른 훌라후프 게임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즉석 훌라후프 게임에서 남자 선수들을 무대로 불러 모았지만, 앞서 진행된 여자들의 훌라후프 솜씨에 기가 죽은 탓인지 남자들이 선뜻 나서려 하지 않았다. 양쪽 선수의 숫자가 맞지 않아 더이상 게임이 진행되지 않았다. 이때, 사람들에게 선수 등판을 종용하던 남편이 다급해진 마음에 자신이라도 해야한다고 생각했는지 성큼 앞으로 나서는 것이 아닌가. 별스럽고 불안했다. 차례가 돌아오자, 남편은 엉거주춤한 품새로 훌라후프를 돌리기 시작했는데...
여자들이 허리의 굴곡과 스냅을 이용해서 훌라후프를 안정적으로 천천히 유지하는데 비해, 남자들은 허리와 엉덩이 구분이 없는 신체구조상 불리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편은 엄청난 허리 회전력으로 훌라후프를 돌렸고, 훌라후프는 남편의 허리 근처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채 한동안 떨어지지 않았다. 자전거 바퀴가 빠르게 구르는 원리를 온몸으로 증명하고야 말겠다는 그 사생결단 낼듯한 표정까지 묘사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그렇게 훌라후프 게임에서 남편은 당당히 우승을 거머쥐었다.
요가의 위력?
훌라후프 한번 돌린 걸 가지고 야단법석을 떤다거나, 이것을 요가의 위력이라고 장담하는 것이 믿기지 않을 수도 있겠다. 허나 반 평생을, 하루 한 시간 같이 산책하는 게 운동의 전부인 뇌섹남(즉, 몸치) 남편에게 이것은 엄청난 변화임에 틀림 없었다. 그 변화의 배후에는 당당히 '고난'의 요가가 서서히 위력을 드러내고 있었다. 사실 변화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체중은 요가 전보다 4~5킬로 정도 줄어들었고, 볼록했던 배의 높이도 현저하게 줄어 있었다. 요가 시간에, 유독 힘들어 하던 막대 자세(앉은 상태에서 상체를 곧게 세우고 다리를 쭉 뻗은 자세)도 이제 여유 있는 표정으로 상체를 꼿꼿이 유지할 수 있고, 다리가 접히지 않아 고통스러워 하던 벼락자세(무릎을 꿇은 자세), 영웅자세도 이제 싫은 내색 없이 따라와 주고 있었다.
요가의 매력!
그 증거는 남편에게서만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사실 훌라후프 사건보다 더 놀라운 변화는 나와 수련을 함께 하는 요가회원들이었다. 50대부터 나이 지긋한 어르신까지 6개월 이상을 싫은 내색 없이 묵묵히 온전히 나를 믿고 따라와 준 분들. 이제 이들에게선 굳이 훌라후프 같은 사건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매 시간마다 햄스트링이 제법 꼿꼿하게 펼쳐진 다운독 자세를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여럿이 함께 모여 같은 동작을 수행하지만, 요가처럼 철저히 나 자신과 경쟁하고 나 자신에만 몰입하는 운동을 찾기란 쉽지 않다. 내게 맞는 동작과 유지 시간, 호흡, 나만의 명상의 방법... 들을 찾아 나가고, 그 안에서 과거의 나, 현재의 나, 미래의 나와 경쟁하는 것이다. 그렇게 몸이 유연해지고, 근력이 생기고, 안되던 자세들이 어느 순간 가능해지고, 불편한 자세들이 편안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오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체중이 줄고 배가 꺼지는 기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일년 후 다음 축제일 즈음에, 지긋한 어르신들, 그리고 내 남편이 어떤 아사나를 취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요가의 매력이다.
참고 링크 >
그러고 보니 태완씨가 배가 쑥 들어갔네
맞아요 요가는 스트레칭이면서 근육에도 많은 효과가 있네요
몸의 자세가 바뀌는 걸 많이 느끼고 있답니다
미경이 선생님께 항상 감사히 생각합니다
근력과 균형감이 진짜 많이 좋아지셨어요~
제가 사실은 요가 식구들한테 더 많은 걸 배우는 거 같애요 감사한 일이죠^^